[일본 여행기 no.1] 삿포로의 스스키노를 거닐다.
북해도의 식도락과 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스스키노
게만 먹다 왔다. 에비카니 갓센 본점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다. 여행 삼아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그 가운데서도 일본은 꽤 괜찮은 나라다. 나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보냈다. 지역은 도쿄. 가끔은 그곳으로 돌아가 거닐고 싶지만, 역시 요즘 같은 때에 도쿄는 약간 꺼려진다.
이번 여행에서는 북해도를 구경하고 그곳에서 비행기를 통해 오사카로 내려가 그곳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딱히 가이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라 자유롭게 그리고 여유롭게 즐기다 오자는 것이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만약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숙소를 잡을 장소를 고민하게 될텐데, 많은 곳이 있겠지만, 우선은 ‘스스키노’를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삿포로 여행가이드를 펴면 나오는 곳이 대부분, 그러니까.. 시계탑이나 오오도오리 공원, 삿포로 맛집 등이 스스키노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키노는 맛있는 가계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쿄의 신주쿠 가부키쵸를 연상시키는 환락가다. 수많은 스낙쿠(スナック)와 호스트 클럽, 그리고 테마바 등, 일본의 은밀한 성인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일본어에 자신이 있다면 스낙쿠 정도는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지만, 어지간하다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다.
그 밖에 스스키노는 일본드라마 ‘탐정은 바에 있다’의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기 전에 드라마를 한 번 보고 간다면 눈에 익은 장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맡은 ‘오오이즈미 요(おおいずみよう)’가 북해도 출신이라서 이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하고 자주 눈에 띄는 배우다.
스스키노에서 걸어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그다지 멀지 않다. 그래서 일본에 도착한 첫날이나 느긋하게 쉬고 싶은 날, 하루 정도를 잡아 돌아보면 된다.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식사. 스스키노 근처에서 유명한 음식은 크게 두 종류다. 대게와 양고기다.
양고기의 경우 ‘다루마’라고 하는 고깃집을 주로 찾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와서 먹어도 크게 맛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 반면 게의 경우는 한국에서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털게의 맛도 좋은 편이라 추천할 만하다.
스스키노를 걷다 보면 커다란 게의 모형을 달아놓은 가계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어느 곳을 들어가더라도 생각만큼, 또는 가격만큼이나 괜찮은 음식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90분간 마음껏 게를 맛볼 수 있는 게 뷔페다. 일본에서는 타베호다이(食べ放題)라고 한다.
에비카니 갓센(えびかに合戦)이라 부르는 이 가계는 킹크랩과 털게 등의 다양한 게 요리와 초밥, 그리고 튀김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가계다. 직접 갖고 오는 방식은 아니고, 일단 준비된 음식을 다 먹은 뒤에 추가로 주문하면 된다. 많이 드신다고 결코 눈치주는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메뉴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3,780엔짜리는 A와 B세트로 나뉘는데, 차이점은 A 세트의 경우 털게와 바다 게의 다리, 그리고 작은 새우 튀김과 새우, 게살, 새우튀김 초밥 3종 세트, 계란찜을 먹을 수 있다. B세트는 A와 동일하지만, 털게 대신 킹크랩의 다리가 준비된다.
4,100엔 세트는 초밥과 튀김, 그리고 계란찜은 나오지 않지만, 털게와 바다게, 그리고 킹크랩을 모두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4,320엔 세트는 앞서 말한 3가지 게 요리와 A세트에서 말했던 사이드 메뉴가 모두 준비된다.
마지막으로 5,400엔 세트는 이전 4,320엔 세트와 동일하지만, 작은 새우 튀김이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러운 큰 새우 튀김으로 바뀐다. 메뉴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왕 일본까지 찾아왔으니, 4,320엔 세트나 5,400엔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 1,200엔을 추가하면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노미호다이(飲み放題)’가 적용된다. 준비되어있는 음료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지만, 술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생맥주 한 잔 정도를 주문하는 편이 좋다. 여자분이고 달달한 술을 좋아한다면 ‘카시스오렌지’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털게는 상당히 맛이 괜찮다. 수북이 자란 털 때문에 손질이 약간 번거롭지만 귀찮고 어려운 수준은 아니고, 메뉴판 뒤쪽에 먹는 방법이 친절하게 그림으로 준비되어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이 녀석의 등껍질에 담겨있는 게장의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에비카니 갓센(えびかに合戦)의 맛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국인에게는 약간, 혹은 더 많이 짜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북해도 음식이 해산물이 많은 탓에 전체적으로 짠맛이 강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끝으로 일본어가 어려운 분을 위한 팁을 주자면, 처음 들어갈때, ‘요야쿠(予約)’라는 단어가 언뜻 들리면 예약했냐는 질문이니 아니라는 제스쳐를 주면 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시간이 종료되기 약 10분정도 전에 ‘라스토 오다(ラストオーダー)’ 어쩌구..라는 질문을 듣게 되는데, “시간이 거의 다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더 주문을 받겠습니다만 뭐가 필요하십니까?”라는 뜻이니 원하는게 있다면 주문을 하고 없다면 역시 제스쳐를 취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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