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산업에 주인공은 색다른 장치가 아닌, 특별한 서비스다
Io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바이스가 아니다
못 써먹을 IoT라면 차라리 빼버리고 값이나 싸게..
간만에 ‘콘퍼런스’를 다녀왔다.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나 딸깍거리며 반쪽짜리 지식만 먹어대던 나에겐 무척 소중하고 즐거운 기회였다. 이 행사는 ‘창의디바이스 확산과 IoT’라는 심오하고 어려운 테마인지라 다소 무거울 것 같았는데, 요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최근 IoT, 혹은 사물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스마트폰 산업의 파이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후’를 만들어줄 고마운 산업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에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 혹은 개인이 상당히 늘어난 상태. 이 콘퍼런스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자리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긴 강의였는데, 머릿속에 남는 메시지는 딱 두 개였다. 첫 번째, 써먹을 곳이 없는 IoT는 쓸때없이 모듈을 늘려 제품값만 올려놓을 것이다’는 이야기. 두 번째로 ‘결국 IoT도 디바이스보다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중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도 두 번째 이야기도, 하드웨어의 특별함보다는 활용 콘텐츠의 중요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요즘 흔히 보이는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 워치 등의 제품들도 훌륭한 사물 인터넷의 좋은 예다. 이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신체의 움직임 등을 수집하여 스마트폰으로 전달하고, 받은 데이터를 보기 좋게 정리한다. 이때에 디바이스는 사용자의 조작과 무관하게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정리한다.
내 아버지의 손목에는 소니 스마트밴드가 채워져 있다. ‘나가서 운동 좀 하라는’ 어머니에게 객관적으로 따질 수 있는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오늘 운동 했는데 왜 잔소리냐’는 아버지에게 반박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를 마련해드리기 위해서다. 지금이야 상당히 익숙해져서 기어S 등과 같은 조금 더 색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보이시지만 처음에는 이런 제품의 존재 이유를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어하셨다.
요점은 ‘그러니까 그냥 만보계 아니냐’는 것이다. 24시간 움직임을 체크하고 하루 자신의 생활 리듬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스마트밴드, 몸으로 체감하기도 눈으로 보기에도 힘든 하루 일상을 기록으로 보여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순식간에 시골 할아버지 허리춤에서나 발견될 법한 만보계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치가 아니라, 그 장치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결국,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던 부분은 디바이스의 대단함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기록하고 정리해주는 앱이었다. 하루를 시간별로 나눠 움직임을 각각 표시해주고, 빠르게 걸은 시간과 천천히 걸어 다닌 시간을 알려주며, 시간이 지나도 예전 기록을 다시 불러와 확인(자랑) 할 수 있는 솔루션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른들에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해시키는 게 다소 어렵구나..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리가 새로운 제품이라며 열광하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결국, 갤럭시 기어에서 기어2, 기어핏에서 기어S 등으로 디바이스 자체가 눈부시게(?) 발전하더라도 S헬스가 변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될 수 없고, 소니가 스마트밴드에 액정을 달든, 날개를 달든 ‘라이프로그’가 특별해지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손목시계 처럼 생긴 요상한 물건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등의 신기한 재주들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 있는 이상 호기심은 단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IoT라는 기능을 통해 얼마나 매력적인 서비스를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물론 IoT 산업 전체를 스마트 워치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만 빗대어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기존의 존재하던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에 기기간 통신이라는 새로운 재주를 덧붙여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디바이스보다 콘텐츠, 혹은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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