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열과 사이버망명에 대한 작은 고찰
카톡을 위한 작은 변명
카카오톡의 대화내용 저장은 과연 옳지 못한 행위일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카카오톡의 검열논란과 텔레그램을 통한 사이버 망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일본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와 법률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던바, 현재 한국의 문제가 상당히 흥미롭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률적 검토는 개인에 따라 혹은 견해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개인적 의견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작합니다.
사이버 망명이란다….
요즘 카카오톡을 버리고 텔레그램을 선택하는 사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텔레그램이 급하게 한글화를 진행할 정도로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비공식적으로 한글화가 이뤄진 앱들의 다운로드 순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얼마전 검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사가 진행되면서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되어있던 대화내용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대화내용을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이에 국가가 국민의 메신저까지 검열하려 한다는 우려가 가파르게 커져 갔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은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고, 암호화되어 안전하다는 외국 메신저 텔레그램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뭐 하나 일이 터지면 설레발 치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는 많은 언론은 이것을 사이버망명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많은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서버에 저장되어있던 대화내용을 확인한 공권력의 수사 방법은 위법인가.
일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사사로운 대화내용을 국가가 확인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긴 위법이라고 말이다. 확실히 통신보호비밀법은 세상 누구라도 ‘이 법률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도 명시하며 범죄 수사 등에는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자기기를 이용한 통신이라는 점에서 전기통신의 범주에 들어간다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카카오톡의 압수수사가 대화내용 자체를 확인했다는 것에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제한적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만을 제공하게 되어있는데, 실제 대화내용을 저장하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청은 어떨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감청이란 전화통화내용을 중간에서 가로채 듣는, 첩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옴직한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 장치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취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카카오톡은 전자기기를 이용해 문언이나 부호, 혹은 영상을 주고받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카톡 대화내용 압수수사는 감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수사에 위법적인 절차는 없다고 보는 편이 옳지 않을까?
애초에 대화내용을 저장한 카톡이 나쁘다!?
일본의 익명 게시판으로 유명한 2CH(투채널, 이채널, 니찬네루)는 과거, 게시자의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완전한 익명게시판을 말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글을 남기면 설사 2CH의 운영자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의 게시자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 2CH는 게시자의 LOG 기록을 일정기간 남겨놓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한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2CH 게시판의 특정 게시물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 주장하는 사람(이하 피해자)은 민사소송을 위해 2CH 측에 해당 게시물의 게시자 확인을 부탁했지만, 2CH 운영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이에 피해자는 2CH를 고소하게 되었다. 피의자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운영자의 관리 소홀이 그 이유였다.
이에 도쿄고등법원은 원고(피해자)의 손을 들어준다. ‘명예에 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그 피의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고, ‘게시판의 운영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실하지 않은 데다, 운영자로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아직 메신저에 대한 정확한 법령은 없는 관계로 해석에 견해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메신저는 전화와는 다르다. 녹음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소리’와는 다르게 언제든 재확인할 수 있는 ‘문자’다. 음성통신과 같은 휘발성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메신저는 특정한 사람만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그에 따른 반응 댓글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댓글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텔레그램이 통신의 비밀을 위해 모든 대화내용을 암호화하고 대화 내용 로그를 남기지 않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이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라 봐야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허위사실 유포나 개인정보 유출,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음란물 유포, 혹은 흑색 선거운동 등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상에서 당신의 누드사진이 돌아다녀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법적인 검토와 새로운 기술의 맞는 법률 신설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사진출처 조인스>
개인적인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카카오톡에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가 특정 범죄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그러한 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혹은 인터넷 상의 왜곡된 정보가 넘처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대화내용을 서버에 저장하고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인정해야만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일상적인 검열 혹은 감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국가가 국민의 안녕이 아닌, 현 정권 체제의 유지나 ‘국가를 위해’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으로 국민을 감시하고자 한다면 그 행위가 현 법률에 알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가라는 절대 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때에, 법률을 잦대로 옳고 그럼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코메디다.
오히려 주목해야할 부분은 현재 공권력의 수사가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이라는 구절을 잘 지키고 있는지다. 그리고 그에 앞서,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이라는 다분히 애매모호한 기준도 개정되어 할 것이다. 도데체 어디까지가 최소한이란 말인가.
따라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내부 환경에서는 감청을 당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카톡을 피해 다른 메시전를 쓸 것이다.”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텔레그램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대화내용을 저장하는 카톡은 나쁜 놈이고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므로 카톡을 써서는 안된다” 라고 말하는 부분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다.
사족(쓸때없는 잡소리)
카톡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카톡의 주장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자사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감시’를 뜻할 가능성이 높다. 카톡 서버로 들어가는 혹은 카톡 서버에서 나오는 패킷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방식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이미 토렌트로 공유되는 내용을 경찰은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하자면, 국가가 하고자 했다면, 카톡의 서버를 압수 수사하지 않더라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인터넷 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뿐 아니라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IPS에 대한 패킷 관리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가 이뤄진 상태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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