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 no.5] 노보리베츠 곰 목장을 거닐다.
[일본 여행기 no.5] 유황냄새가 매력적인 노보리베쯔
곰돌이들과 아이누족의 생활 엿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 노보리베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노보리베츠 곰 목장은 말 그대로 곰을 사육하는 곳이다. 곰 하나에 사활을 건 동물원이다. 다소 지루할 것 같을 수는 있지만 한적하고 경치도 좋아서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동물원과는 다르게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곰을 관찰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 되어준다.
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기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당황스럽게도 오리다. ‘곰 하나만으로는 역시 뭔가 섭섭했었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시간을 잘 맞추면 오리 레이스를 볼 수 있다. 트랙이 워낙 짧아서 순식간에 끝나기는 하지만, 내기도 걸 수 있는 본격 오리 경주다.
오리 경주가 시작되면 목에 감겨있는 띠에 따라서 돈을 걸 수 있다. 만약 자신이 돈을 건 오리가 1등으로 도착하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아쉽게도 내가 승부를 걸었던 오리는 우승하지 못했고 선물은 물 건너 가버렸다. 이래서 내가 도박을 안한다. 어쨌든 작은 이벤트를 구경한 뒤 길을 나서면 본격적으로 곰을 구경할 수 있다. 길을 떠나기 전 오리 경주를 관리하는 사무실에서 당근 등의 사료를 살 수 있는데, 여유가 있다면 한 봉지 사 두는 것도 좋다.
제 1 목장을 먼저 견학하자. 이곳에는 수컷 곰들이 서식하고 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 멀찌감치 구경하는 것도 좋고,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곰을 경험하고 싶다면 ‘인간 우리’라는 다소 미묘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된다. 곰은 풀어놓고, 인간을 가둔다는 발상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수족관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자.
‘인간 우리’에 들어가면 작은 방에 아크릴로 만든 창문이 달려있다. 곰과 나 사이에 아주 얇은 판때기만 있다는 말이다. 창문에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먹이를 줄 수 있는데, 이놈들.. 먹이를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기세로 창문을 두드린다. 확실히 수컷 곰들은 덩치가 크고 다소 공격적이라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위압감도 든다.
제 2 목장에는 암컷 곰들이 머무르고 있다. 수컷 곰에 비해서 덩치가 약간 작고 몸매 자체도 동글동글한 게 훨씬 귀엽다. ‘곰도 암컷이 예쁘다’는 매우 중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역시 곰들은 먹이를 요구한다. 손짓 발짓으로 말이다. 먹이 하나를 던저주면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며, 때로는 부르짖으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손을 흔들어가며 먹이를 달라 졸라대는 곰들이 무척 귀엽다. 더구나 꽤 멀리서 던저주는 먹이를 비교적 잘 받아먹는다. 가끔 던저준 먹이 하나에 두 마리의 곰이 달려들 때도 있지만, 딱히 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뭔가, 무기력하달까? 미련 곰탱이라는 이미지가 딱 어울린다.
두 개의 목장을 둘러봤다면, 곰과의 놀이는 끝이다. 조금 싱겁다. 곰들의 박제를 진열한 박물관도 있는데, 크게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단, 위로 올라가 둘러보는 경치는 상당히 좋은 편이니 꼭 한 번은 올라갔다 오자. 그 다음, 재미있는 곳은 아이누족의 생활상을 재현해놓은 아이누족 체험존이다. 아이누족은 북해도의 원주민이다. 원래 북해도는 일본땅이 아니었다. 일본 영토로 편입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미국 대륙의 인디언을 상상하면 쉽다.
짚으로만 만들어 놓은 집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한적한 길을 걸으며 경치를 구경해도 좋다. 내가 그곳을 찾은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아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집 안쪽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내부에는 아이누족의 생활문화를 알 수 있는 여러가지 아이템으로 채워져있다. 또한 작은 소모품 들을 구매할 수도 있으며,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누족은 사실 그들의 언어인 ‘아이누어’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북해도의 일부 고령자들은 아직도 사용하는 것 같지만, 극심한 민족차별 탓에 자신이 아이누족임을 숨기거나 자녀에게 알려주지 않아 자신의 민족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아이누어는 일본 국회에서 공용어로 지정되는 등, 겉보기에 잘 융화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숲 속의 놓여있는 낡은 케이블카를 발견한다면 곰 목장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이제 왔던 길을 한가롭게 되돌아가서 노보리베츠의 거리를 거닐 준비를 하면 된다. 사실 곰 목장의 규모는 크지 않다. 후다닥 보자고 들면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곰들에게 먹이를 주며 천천히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경치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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