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R-1RBTMK2를 충동구매했다.
충동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았다!
소니 MDR-1RBTMK2
내가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가방에 넣어놔도 자신의 존재를 맹렬히 어필한다는 점. 두 번째, 음악 한 번 듣기위해 상당히 멋들어진 헤어스타일을 망쳐놔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이번에 내가 ‘MDR-1RBTMK2’이름조차 너무 길어 외우기도 힘든, 이 제품을 구매한 것은 순전히 충동구매다. 이녀석을 입양한 일주일째인데 아직 한 번도 밖에 가지고 나간적이 없다는 점이 그 첫 번째 증거다.
후회하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이녀석이 나에게 조금 더 좋은 의미가 되어주기에는 시기적으로 약간 서두른 감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덥단 말이다. 양쪽 귀를 완전히 덮어주는 이어패드는 1분만 쓰고 있어도 귀에 땀이 찰 정도로 따듯하다. 요즘같은 여름에는 과분한 따듯함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내가 이녀석에게 투정부리고 싶은 부분은 이 한 가지 뿐이다.
나는 오디오 장비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다. 아니 없다. 그래서 어느 디바이스가 좋고, 어떤 스피커가 얼마나 깊은 소리를 내어주는 지는 커피 맛과 와인 맛을 평가하는 것 다음으로 서툴다. 다만, 한 가지 경험에 의해서 깨닳은 것이 있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헤드폰, 오픈형 이어폰, 인 이어 이어폰 순으로 소리가 좋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소리를 내는 부분이 크면 클 수록 소리를 표현하기 쉽고, 그 품질을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은 상당히 힘이 들테니까.
그동안 사용해오던 이어폰은 슈어에서 만든 녀석이다. 약 8년전, 기자 생활을 하던 당시 선배에게 얻었는데, 36만 원정도에 판매되던 물건이었다. 번들 이어폰도 귀했던 터라, 애지중지 사용하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쓸 수 있었다. 인이어 타입으로 상당히 좋은 소리를 내주었다. 따라서, MDR-1RBTMK2에 대한 나의 기대는 36만 원 짜리 낡은 이어폰 이상이 되는 것이다. 마침 MDR-1RBTMK2도 30만 원 후반대의 가격대를 갖고 있으니 내가 세운 이론(가설?)대로라면 무조건 더 좋을 것이 분명했다.
이 녀석은 정확히 말하자면 헤드폰은 아니다. 마이크가 달렸으니 헤드셋이라 불러줘야 한다. 그 밖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헤드폰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을 죄다 밖아 넣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APT-X 코덱이라는 멋진 기술을 지원해서 블루투스로도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다. NFC 재주도 갖고 있어서 스마트폰 등과 간편하게 연결한다. 원한다면 선을 연결해서 유선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녀석의 목소리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부드러웠다. 이전에 쓰던 이어폰보다는 살짝 못한 감이 있지만 ‘이정도면 됐다’ 싶은 수준이다. 어쩌면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녀석이니 자기 만족이나, 자기 합리화 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후회가 밀려오는 수준은 아니다. 다들 "디자인이 멋져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길래 무선으로 연결하고 거울앞에서 포즈를 취해봤으나 ‘패완얼’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의 뒤떨어지는 패션감각을 이녀석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유선으로도 연결할 수 있는 녀석이지만, 적당히 무선 연결로 청음을 해본 뒤로는 방 구석자리에 장식품으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분만 쓰고 있어도 땀이 쏟아질 지경이었거든.. 그러나 몇 일뒤 시원하게 장맛비가 내리던 날 기분도 꿀꿀하고 비 덕분에 날씨도 선선해 다시금 이녀석을 귀에 대보게 되었다. 문득 유선 연결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결해보았는데, 소리가 천지차이다. 밝고 청아한 소리에 적당한 베이스까지 잠시 눈을 감고 들어봐도 마음이 드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무선의 편리함을 위해 받쳐야할 재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리고, 8년만에 운명한 36만원 짜리 골동품 이어폰과도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소리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요즘은 24Bit 음악도 슬슬 자리를 잡아간다고 한다. 1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플레이어에 연결해서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럴 돈은 이미 없다. 아쉬운데로 스마트폰에 우격다짐으로 1곡에 50MB가 넘는 음악들을 넣었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스냅드래곤 805이상의..)은 24bit 음악을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뭐.. 좋다. 딱히 어디가 어떻게 좋고 얼마나 좋은지는 설명하지 못하겠다. 설명하자면, 어느날 소니 상담원에게 전화가 와서 친절하게 상품의 평가를 부탁한다면 ‘매우 좋음’에 동그라미를 칠 것이 분명한 수준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이 제품을 구입하겠다면 나는 말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굳이 블루투스가 필요없다면 조금 더 저렴한 MDR-1RMK2 모델을 추천할 수는 있겠다. 소니 MDR-1RBTMK2. 충동구매였지만 후회되지 않는 제품이었다. 가격을 찾아보니 오픈마켓에서 32만 원 대의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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