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무리해서 산 노트북 HP Envy Spectre 13 3005tu
사고 나니까 조금 과하다 싶었던 노트북
비합리적인 선택
노트북은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은 녀석이다. 우선 성능이 딸린다. 요즘 노트북은 최신 게임도 쌩쌩 돌린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거짓말 하지 말아달라. 지가 아무리 뛰고 날아봐야 데스크탑의 크고 훌륭한 그것에는 결코 미치지 못할테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뭔가를 작게 만들면 반드시 포기해야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포기해야하는 폭을 점점 줄여나가는 것이 기술적 혁신이겠지.. 그리고 부품 교체도 여의치 않다. 제품을 통째로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여자친구의 스타일이 질린다 싶어 새로운 옷과 가방을 사주고 싶지만, 그냥 여자친구를 바꿀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노트북을 쓰는 것은 작고 간편해 휴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 있는데, 노트북 하나만 딸랑 놓고 쓰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선 정리가 어려워 책상 위가 전쟁터가 될테니까. 그러니까 사실 휴대성 말고는 노릴 것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이직을 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지급했던 노트북을 반납했다. 컴퓨터를 하나 사야겠다 싶었는데, 강남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뭔가 대업을 이뤄가고 있는 몇몇 분들을 보곤 노트북으로 결정했다. 앞서 설명한 “노트북의 단점따위, X나 주라지.. 나도 된장남 할테다.” 뭐 그런 기분이였다.
된장질하며 커피를 쪽쪽 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맥북이 필요하다. 이유는 둘 째치고 그냥 그게 있어야 한다. 욕심은 그런데, 아무래도 업무차 쓰기에 조금 버거울지 모른다는 점과, 아직 경험이 없다는 용기부족 탓에 비슷한 가격대의 윈도우 기반 노트북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가 이녀석, HP Envy Spectre 13. 그리고 그 가운데 최고 등급인 3005tu 모델이다.
이 녀석으로 결정한 것에는 큰 이유는 없다. HP의 노트북은 언제나 만듬새가 나쁘지 않았다. 특유의 금속 느낌의 디자인도 언제나 마음에 들었다. 그뿐이다. 게임을 뺀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모조리 돌려주는 매콤한 성능과 WQHD라는 뭔가 겁나 좋아보이는 해상도, 그리고 태블릿도 아닌 녀석이 터치패널을 얹어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엄청난 매력! 뭐 이런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테지..
월셋방에 살면서 벤츠를 모는 듯한 자괴감
물론, 이 녀석보다 빵빵한 노트북은 얼마든지 있을테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그럴것이다. 그렇지만 HP Envy Spector 13(그냥 스펙터13)은 왠만한 사람에게는 분명히 과분할 노트북이다. 특히 나에게 그렇다. 지난 100일간 써본 뒤 내가 도달한 결론이다.
무려 터치가 가능한 노트북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커피숍에 앉아 아무나 보란 듯, 화면을 우아하게 터치해봤자 이내 질려버리고 만다. 너무 얇고 가볍운데다 금솔 질감의 뛰어난 디자인을 갖고있는 탓에, 밖에 꺼내놓고 자랑하다 흠집이라도 생길까 불안했다. 이런거 집에 5개 정도는 더 있어야 마음껏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는 신주단지 모시듯, 한 자리에 고이 모셔두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별도로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노트북에 손 댈일은 없다. 전원버튼 정도가 고작이다. 스펙터13을 쓰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뭐냐고? 그런거 없다. 흠집날까봐 스트레스가 조금 쌓이긴하지만 견딜만 하다. 배터리도 5시간은 넘게 쓸 수 있어서 어딘가 잠깐 미팅에 가더라도 자랑할 시간이 충분하다.
다만, 조금 더 저렴한 모델을 샀었더라면, 그래도 나는 만족했을텐데.. 내 목줄을 옳아매는 카드값을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후회는 멈추지 않는다.
- 이걸 사라 : 지금은 150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돈에 여유가 있고, 터치 화면을 화려하게 사용할 자신이 있는 자. 화면의 작은 도트 점 하나를 느낄만큼 민감한 시각의 소유자. PC가 버벅이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자. 이걸 사라
- 딴걸 사라 : 인터넷과,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짤방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자. 카페에 앉아서 우아하게 음악을 들으며 블로깅을 할 수 있다면 만족스러운 자. 전자 제품에 흠집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자. 그리고 나처럼 가난한 자. 딴걸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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